공지사항
[조선일보] 무릎 통증으로 고통받는 2600명에게 수술비 지원
등록일2016-05-31
연골이 닳아 관절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퇴행성 관절염에는 특수 제작된 인공관절을 삽입해 관절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인공관절수술이 최선이다. 하지만 당시 강씨에게 몸에 칼을 댄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수술을 받다가 아예 걷지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그저 주사를 맞거나 진통제를 먹는 것으로 버텼다. 또 자식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수술하는 데 드는 큰 비용도 부담이었다.
"늙어서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지. 막상 수술하려니까 두렵기도 하고. 또 저 살기 바쁜 아이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그냥 꾹 참고 살아왔던 거지."
주사를 맞은 지 1주일이 지나면 통증은 다시 찾아왔다. 진통제도 오래 가지 못했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4층에 위치한 집을 매일 계단으로 오르내릴 때는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남들 2분이면 올라갈 계단을 5분 이상 끙끙대며 오르내렸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고통이 덜할 텐데 성격상 소일거리라도 하면서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탓에 무릎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그러던 강 씨가 무릎수술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해 6월 담석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것이 계기가 됐다. 극심한 복통에119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에 입원한 뒤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강 씨의 뱃속에 담석 3개가 있었다. 응급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수술로 담석을 제거했는데 수술 후 깨어나 보니 아프지도 않고 후유증도 없어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수술을 하면 죽는 줄로만 생각했어. 내 뱃속에서 커다란 담석 3개를 꺼내는 수술도 끄떡없이 하고 하니 그때 용기가 났어. 그리고 내가 다니는 경로당에 할머니 두 분이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노인의료나눔재단에 신청해줘서 무릎수술을 받았는데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데 수술 받고 잘 걸어 다니는 것을 보니 나도 수술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난해 12월 양쪽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강씨는 회복이 빨랐다. 걱정했던 수술 후 통증도 별로 없고, 수술 받은 지 3일만에 걷기 시작해 한 달쯤 지나자 동네 공원이며 경로당, 시장 등을 걱정 없이 걸어 다녔다. 집까지 올라가는4층 계단도 문제 없었다. 자녀들은 물론 동생들과 동네 주민들까지 강씨를 만날 때마다 무릎수술을 받기를 잘했다며 입을 모았다.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70세 이상 노인들 중에는 강씨처럼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비용 부담으로 수술을 거부하는 분들이 많다. 의학기술이 발전한 만큼 인공관절수술 또한 발전해 예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회복이 빠르다. 최근에는 환자 개개인의 관절에 가장 적합하게 디자인된 맞춤형 인공관절을 사용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정확한 위치에 최적의 각도로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컴퓨터 내비게이션 수술이나 무릎을 최소한으로 절개해 수술하는 최소절개술 등으로 수술 정확도뿐 아니라 출혈과 통증을 최소화해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
현재 인공관절수술은 한 해에 7만여 건이 이뤄질 만큼 보편화되었지만 상당수의 어르신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수술을 미루고 있다. 보통 한쪽 무릎을 수술하는 데 비용이 250~300만원가량으로 양쪽 무릎을 수술하게 되면 수술비와 수술 후 물리치료비, 2~3주 가량의 입원비, 간병비 등의 제반 비용을 포함하면 700~800만원에 이르게 된다. 당장 경제력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수술비용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자녀들에게 도움을 청하자니 짐이 될까 봐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수술비 부담으로 무릎수술을 주저하는 노인들을 위해 대한노인회 노인의료나눔재단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무릎인공관절 수술비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총 2000명의 어르신들이 수술비를 지원 받았으며, 올해는 예산을 대폭 확대해 600명이 늘어난 총 2600명의 어르신들에게 무릎인공관절 수술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노인의료나눔재단 나병기 상임이사는 "더 많은 어르신들이 고통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수술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가능한 많은 어르신들이 신청해서 무릎건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릎관절염 수술비 지원은 굳이 본인이 신청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이웃, 담당 사회복지사의 대리 신청으로도 가능하다. 간병도 지원이 되기 때문에 무릎관절염 환자 및 환자를 둔 가족이라면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자세한 문의 및 신청은 노인의료나눔재단 대표전화(1661-6595)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