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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 당신의 활기찬 노년을 위하여!
등록일2015-09-09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이 노년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한다. 노년은 ‘결핍’으로 상징된다. 몸은 쇠약해지며, 쾌락도 맛보기 어렵고 죽음도 가까워지기 때문에 비참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키케로는 자신의 저서 <노년에 관하여·우정에 관하여>에서 노년은 쇠락과 체념의 시기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는 통념에 반박하며 노년에는 정신력과 지혜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며 비록 남은 생이 짧다고 해도 훌륭하고 명예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렇다면 노년의 삶은 무엇으로 풍부해질 수 있을까? 책에서 키케로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다. 지난 30일 폐막한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 2015')' 상영작 두 편 <내 나이가 어때서:The Optimists>(감독 군힐 베스타겐 망노르)와 <힙합 어르신, 라스베이거스에 가다:HIP HOP-eration>(감독 브린 에번스, 이하 힙합 어르신) 역시 키케로가 언급했던 것처럼 목표를 향해 땀을 흘리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고 낙담하기보다는 ‘용기’있는 ‘도전’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멋지게 극복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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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나이가 어때서>의 할머니들은 배구 시합이 끝난 뒤에도 늘 즐겁게 연습한다. ⓒEBS |
<내 나이가 어때서>는 66세에서 98세 할머니들로 구성된 노르웨이 배구단 ‘옵티미스트’의 이야기다. 팀은 1973년에 창립된 이후 매주 빠짐없이 훈련을 해왔지만 한 번도 시합을 해본 적은 없다. 스웨덴 배구협회의 주선을 통해 옆 마을 멋쟁이 스웨덴 신사들로 이루어진 ‘화약 같은 사나이’팀과 경기를 하게 된다. 노르웨이를 떠나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옆 동네 스웨덴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전이다. 옵티미스트 팀은 노르웨이 배구협회 소속 코치와 선수의 지도하에 연습에 임하고 발품을 팔아 멋진 단체복을 제작하는 등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힙합 어르신> 역시 노인들의 패기 넘치는 도전을 보여준다. 90대의 어르신 27명으로 이루어진 힙합 동호회 ‘힙합퍼레이션’에게도 춤은 도전 그 자체다. 빠른 비트와 강렬한 동작으로 이루어진 힙합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지만 영화 속 노인들은 온몸으로 멋지게 소화해낸다. 이들은 맹연습을 통해 휠체어와 지팡이 대신 노쇠한 몸과 인공관절로 춤을 추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결국 세계 힙합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떠나기로 한다. 힙합퍼레이션의 노인들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잘하거나 성공하고 싶어서 (도전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과에 대한 부담보다는 매 순간에 몰입할 때 더 즐거울 수 있다는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노년을 멋지게 보내는 두 번째 비결로 키케로는 ‘친구와의 우정’을 꼽는다, ‘천지만물은 모두 우정에 의해 연결된다’ 거나 ‘우정이 싹트고 자라는 토양이 바로 지성이다.’ 라는 키케로의 말처럼 늙어가는 생의 여정에서 필요한 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다. 두 영화는 공통적으로하나의 팀을 이뤄 사이좋게 살아가는 노인 공동체를 조명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의 옵티미스트 팀원들 중 일부는 암이나 치매로 세상을 떠났고, 동료들이 죽는 게 싫다며 그만둔 이들도 있지만 남은 노인들은 매주 모여 배구 연습을 한다. 이들은 동료의 건강이 악화돼 스웨덴에 가지 못할까 걱정하고 맏언니 고로 할머니는 침침한 눈을 부여잡고서라도 밤새 동생들을 위해 유니폼에 달 꽃모양의 배지를 손수 뜨개질로 떠줄 만큼 서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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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힙합 대회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준 '힙합퍼레이션'ⓒEBS |
<힙합 어르신> 역시 힙합퍼레이션 팀원 간의 끈끈한 유대를 보여준다. 팀원 모두 미국으로 가기 위해 적어도 1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이들의 수중에는 60달러뿐이다. 티켓 값을 내지 못하는 동료를 위해 노후를 위해 모아둔 돈을 대신 내주거나 관절 통증으로 대회에 나가지 못할 거라고 좌절하는 동료에게는 ‘갈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이 영화는 세대를 초월한 우정까지 보여주는데 매니저를 맡고 있는 유일한 청년 빌리와 노인들의 가까운 관계다. 손녀뻘인 빌리는 힙합퍼레이션의 팀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노인들 역시 빌리의 삶을 충만하고 즐겁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다. 빌리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힙합퍼레이션은 결국 라스베이거스 무대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줘 젊은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EIDF 2015의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두 작품을 소개하며 “이미 한국 사회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됐고 평균 수명도 점점 늘어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시급하다. 은퇴 이후의 기간이 단순히 휴식의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또 다른 삶을 시작해야 하는 인생의 2막을 여는 시기인 셈이다. 어떻게 준비하고 잘 살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이제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발전했다”며 “낙천적이고 긍정적으로 노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죽는 날까지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당장 위의 두 편의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속 배구팀 옵티미스트의 최고령 선수인 고로 할머니는 암 투병 중에도 “죽는 건 겁나지 않아요. 절대” 라며 유쾌하게 웃는다. 98세를 맞이했지만 즉음 앞에서도 강인한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인생을 잘 사는 지혜를 일러준다. 그저 눈앞에 주어진 하루를 즐겁게 보내면 되는 거라고 말이다.
관객은 ‘왜 늙음을 젊음의 완성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묻는 위의 두 작품을 통해 앞으로의 즐겁고 충만한 노년의 삶을 위한 ‘값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당신이 몇 살인지 어디에 사는지가 아니라 마음을 따르느냐는 것이다. 당신을 진정 빛나게 하는 건 바로 그 마음이므로 언제나, 어디에서나” 라는 영화 <내 나이가 어때서>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마지막 대사처럼.
최선우 기자 frankie@pdjournal.com
(출처 :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56478)